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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법률

판사는 준비서면 참고서면 다 읽어볼까요?

by 괜찮은 김씨 2020.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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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는 준비서면 참고서면 다 읽어볼까요?

 

 

안녕하세요, 야무진 언니입니다. 저는 5월의 황금연휴 기간을 맞아 집에서 며칠 푸욱 쉬면서 제 블로그 검색유입키워드를 살펴보다가 원고가 혹은 피고가 제출한 서면들, 구체적으로는 소장, 답변서, 준비서면, 참고서면, 탄원서 등 모든 서면을 판사가 다 읽어보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아서 제가 아는 한도내에서 정보를 공유한다면 유익할 것 같다는 생각에 포스팅을 하고자 책상에 앉았습니다.

 

뉴스나 다큐멘터리 혹은 법률드라마에서 간혹 판사들이 일하는 모습이 비춰지곤 하는데요, 판사들의 책상은 방대한 양의 기록에 파묻혀 있기 때문에 자연히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니, 저렇게 많은 기록을 판사 한 명이 일일이 다 읽고 재판하는 게 가능할까?', '과연 내가 애써서 제출한 서면을 판사가 다 읽어보기는 할까?' 제가 전관변호사님들과 일하게 되면서 알게 된 바,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판사가 모든 기록을 읽어보지 않는다면 판결문을 작성할 수 없기 때문에 다 읽어봅니다. 시간이 없으신 분들은 뒤로가기를 누르셔도 좋습니다. 여러분의 시간은 소중하니까요. 하지만 좀 더 디테일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내용까지 읽어보시는 것을 권해드려요:)

 

판사를 설득하려면, 하고싶은 말이 아닌 해야할 말을 해야합니다. 저는 부장판사 출신의 전관 변호사님들 두 분을 모시고 일하고 있습니다. 두 분 모두 판결이유를 쓰려면 일일이 다 읽어봐야 하지만 모든 서면을 정독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셨는데요, 혹시 정독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너무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러나 저는 전관변호사님들의 입장이 너무너무 이해가 가는데요, 우리나라 판사의 업무량을 고려했을 때 판사님들께서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모든 기록을 꼼꼼히 정독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소송당사자들은 자신의 억울한 심경을 구구절절히 서면에 반영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매우 크다보니 쟁점과 무관한 표현들, 예를 들면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표현들이나, 자신의 감정을 여과없이 기재하는 등 재판결과와 전혀 관계없는 불필요한 내용들을 과도하게 반영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미 정리하여 제출한 내용을 다음 서면에도 똑같이 반복적으로 기재하여 준비서면을 30장씩 제출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잠깐, 우리 아주 잠깐만 판사님의 입장이 되어 다음의 예를 상상해봅시다. 한 사람은 두괄식으로 본 소송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하고 육하원칙에 따라 사실관계를 정리한 뒤 쟁점에 대한 근거 자료를 빠짐없이 첨부하여 5장 내외의 준비서면을 3회에 걸쳐 제출하였고, 다른 한쪽은 감정적으로 대응하면서 했던 말 또 하하면서 중구난방 작성한 20장짜리 서면을 10번에 걸쳐 제출하였다고 생각해봅시다. 여러분이 판사님이라면 전자와 후자 중 어떤 사람이 제출한 서면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느낄 것 같으신가요? 물론 후자가 얼마나 억울해하고 있는지, 그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는 충분히 전달되겠지만 제가 만약 판사의 입장이라면, 전자가 제출한 서면을 토대로 사건의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고 후자의 입장을 추가적으로 고려하면서 판결문을 작성하게 될 것 같습니다. 

 

자, 정리합니다. 판사님들은 모든 기록을 다 읽어는 봅니다! 다만 판사님이 내 서면을 정독하시게 만들려면, 주장하는 바를 간결한 문체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서면을 제출해야 합니다. 판사님을 설득하고 싶다면 중복된 20장보다 정리된 1장이 훨씬 낫습니다. 

 

소송꿀팁) 억울한 마음이 너무 커서 이를 표현하지 않고는 홧병이 나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지경이라면 재판 마무리 단계에서 참고서면으로 판사님께 편지형식으로 쓴 탄원서를 딱 한번만 제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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